탐정사무소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현대차그룹이 반도체와 배터리 개발에 동시에 나서며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 틀을 벗고 기술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조립·판매를 넘어 차량의 두뇌와 심장을 직접 확보해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열린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 포럼에서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차량용 반도체 협력체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해 차세대 파워반도체, 이미지센서, 제어용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2021년 차량용 반도체 대란 당시 생산 차질을 겪은 경험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이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를 직접 설계·개발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성능 개선과 비용 절감을 병행한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CEO 투자자 데이에서 2027년 차세대 고압 배터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기존 대비 30%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15% 높이며, 충전 시간은 15% 줄이는 것이 목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아이오닉 5에 장착된 84kWh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리터당 670Wh)가 770Wh 이상으로 향상될 계획이다. 350kW 급속 충전 시 10~80% 충전 시간도 기존 24분에서 20분 이내로 단축된다.

현대차는 또 내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차량 주행·충전·주차 과정에서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현대차는 경기 안성에 그룹 최초 배터리 양산라인도 마련한다.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로 불리는 이 시설은 총 20만㎡ 규모로 조성하며, 연간 2~3GWh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들어선다.

이는 전기차 2만~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2026년 말 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제조사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하려 한다”며 “주요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기술 내재화를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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