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부가 전쟁 발발 43일 만인 11일(현지 시간) 오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 BBC, 타스님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중재 하에 마주앉았다.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체결 이후 11년 만의 직접 대화이자, 최고위급 대좌로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7년 만의 최초다. 비대면 접촉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으로 구성됐다. 앤드류 베이커 국가안보부(副)보좌관, 마이클 밴스 아시아 담당 부통령특별고문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인원은 300여명에 이른다.
이란 대표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다. 또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방위원회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을 포함해 약 70명이 이슬라마바드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에서는 샤리프 총리, 미국-이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핵심 실권자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 등이 직접 참석했다.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은 이날 먼저 샤리프 총리를 만나 자국 입장을 설명하고 의제를 조율한 뒤 양국간 협상을 시작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대표단은 대면 협상 시작 약 1시간 뒤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기술적 협의를 시작했고, 다시 1시간 뒤 잠시 정회했다가 저녁 식사 후 협상을 재개했다.
파르스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양국은 4시간 이상 협상을 진행한 뒤 ‘1단계(First phase)’를 마무리하고 양측 입장을 서면으로 정리해 교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날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이란의 해외 자산 동결 해제 문제 등에 대해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레바논) 남부 지역으로 제한되고, 베이루트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란 해외 자산 동결 해제에 동의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다만 최대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앞서 이란 대표단은 샤리프 총리와의 사전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해외 동결자산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역내 휴전 4개 조건을 자국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하게 흔들며 장외 압박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폈다.
액시오스·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날 협상 개시 시점에 미 해군 구축함 2척이 전쟁 발발 후 최초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란 측은 즉각 부인했지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후 성명을 내고 “프랭크 E 피터슨함, 마이클 머피함이기뢰를 완전히 제거하고 해협을 안전하게 만드는 임무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해협 내 기뢰 제거를 시작했다며 “그들이 가진 유일한 수단은 ‘기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협뿐인데, 기뢰 부설선 28척은 모두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 강조했다. 기뢰 위험만 제거하면 이란은 남은 협상력이 없다는 취지다.
양국은 앞으로도 우라늄 농축, ‘대리세력(저항의 축)’ 문제 등 대형 현안을 두고 수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입장이 평행선에 가까워 곧바로 합의점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액시오스는 “1979년 이후 성사된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은 역사적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양국 모두 회담 실패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이들의 평화 비전은 상반된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파키스탄 측이 최종 합의 타결을 위해 협상 최소 1일 연장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아직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부통령이 세레나 호텔에 9시간30분째 머무르고 있다”며 “장시간 회담은 양측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타스님통신은 “오늘 밤 협상 종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전해진 내용이 없으며, 협상이 연장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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