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넷플릭스 흥행작 ‘오징어게임’을 활용한 슬롯머신이 필리핀 등 동남아 카지노에 설치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고장인 한국 강원랜드에서는 규제와 비용 문제로 도입조차 되지 못해 슬롯머신 마니아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강원랜드 카지노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콘텐츠가 슬롯머신이다. 하지만 현재 가동 중인 1360대 가운데 절반 이상은 5년 이상 된 구형 모델이다. 최근 2년간 250대를 교체했지만, 기기당 최소 7000만원을 웃도는 최신 기종 도입에는 한계가 뚜렷하다.자체 개발한 ‘사베리’ 시리즈 중 ‘노인과 바다(참치), ’부채춤‘ 등 일부는 호응을 얻었으나, 대체로 반응은 미지근하다. 현재 강원랜드에서 인기를 끄는 기종은 ▲올어보드 ▲왕서방 ▲자동차 프로모션(K-9) ▲강원랜드 잭팟 ▲드레곤88 정도가 고객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머신으로 평가된다.해외 카지노의 풍경은 다르다. 마카오와 마닐라 대형 카지노에는 오징어게임 머신을 비롯해 IGT의 ‘버팔로’, 여성 고객을 겨냥한 ‘골드 릴’ 등 최신 기종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수십억원대 잭팟과 화려한 그래픽은 단순한 도박을 넘어 ‘놀이와 축제’를 경험하게 한다.반면 강원랜드에서는 원하는 머신을 ‘선택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빈자리가 나면 ‘마지못해 앉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진다. 한 슬롯머신 마니아는 “최소 잭팟도 500만원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보너스와 환급률 모두 고객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실시간 잭팟 현황을 공유하는 ‘잡수다’ 앱에서도 “해외 카지노처럼 취향에 맞는 머신을 고르는 게 아니라, 강원랜드에서는 빈자리 찾기가 가장 큰 고통”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강원랜드는 “환급률 90%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하지만, 고객들의 체감은 다르다. “70%도 안 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보너스 빈도는 낮고 잭팟 상한도 9억9천만 원으로 제한되며, 당첨금에는 세금까지 부과된다. 반면 해외 카지노는 수십억 원대 잭팟에도 세금이 없어, 고객들 사이에서는 “강원랜드 고객은 왕이 아니라 봉”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온다.강원랜드는 최근 고객 평가위원 제도를 도입해 신제품 선호도를 반영하고 있지만 고객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간 교체가 없었으나, 매년 100~150대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며 “환급률은 최고 수준이지만 체감도는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관계자는 “슬롯머신은 단순한 수익원이 아니라 카지노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콘텐츠”라며 “오징어게임 같은 인기 머신조차 도입하지 못하는 현실로는 혁신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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