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첫 만남은 우연, 두 번째 만남은 인연, 세 번째 만남은 필연’이란 말이 있다. 김대형 대한오토텍 대표와 포스코의 첫 만남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자동차 구매부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우연히 포스코와 거래를 담당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 회사를 설립한 뒤, 일본 타이어회사인 브리지스톤에 납품하던 부품에 포스코 철판을 사용하며 두 번째 만남이 이어졌다. 필연이 된 세 번째 만남은 포스코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김 대표는 2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사람 간 좋은 인연을 만들다 보니까 사업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쭉 연결되더라”며 포스코와 만남을 회상했다. 오랜 회사 생활 후 은퇴를 앞둔 무렵,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싶던 김 대표는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자동차 업계에 잔뼈가 굵었던 그는 차 부품 생산 업체인 대한오토텍을 세웠다.대기업 출신인 김 대표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실이었다. 전산 시스템 도입은 어려웠고 인력을 뽑기도 힘들었다. 매일 200장에 달하는 관리 문서를 손으로 써야 하는 현장의 피로도는 높아져 갔다. 그는 ICT(정보통신기술)로 생산 자동화를 실현하는 스마트 공장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9년 스마트 공장 도입을 처음 결정했다.부단히 노력했지만 첫 시도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6개월 동안 급하게 한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심기일전하던 김 대표에게 두 번째 기회는 지난해 찾아왔다. 포스코의 ‘대·중소상생형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에 선발된 것. 포스코는 2019년부터 매년 20억원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도입을 돕고 있다.김 대표는 “중소기업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다. 설비 구입은 매출이 오르니까 하기 쉬운데 시스템은 당장 어떤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니까 선뜻하기 망설여진다”며 “그런데 사업에 선정되면 포스코가 3억원 중 60%를 지원해 주니까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당시 지원 사업을 수행했던 서일권 포스코 동반성장지원단장은 “스마트 공장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선 직원들의 높은 참여도와 대표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한데 대한오토텍은 둘 다 만족한 회사였다”고 선정 당시를 떠올렸다.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했기에 포스코와 대한오토텍은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경험에서 얻은 100여가지 개선사항을 정리해 갔다. 직원들도 관리 시스템에 들어갈 항목부터 자동화 정도까지 세심하게 점검했다.서 단장은 “직원들이 개별 회의마다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내던 모습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여러 중소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부연했다.대한오토텍의 뜨거운 참여 열기에 포스코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경력 25년 이상 엔지니어들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열정과 전문성이 만나 최상의 시너지를 냈다.포스코 지원을 받은 대한오토텍은 결국 스마트 공장 도입에 성공했다. 제1공장에 금형 관리와 설비 모니터링 등이 가능한 MES(생산관리시스템)가 설치됐고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마련됐다.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인공지능(AI) 빅테이터 분석 모델도 가동 중이다. 공장 천장에는 자체 개발한 상부 주행식 로봇이 다니며 직원들의 업무를 돕고 있다.김 대표는 “하루 24시간 설비를 가동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성이 기본적으로 20~30% 높아졌다”며 “직원들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줄어들고 대신 관리 시스템이나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바뀐 현장 풍경을 전했다.도입 효과는 수치상으로도 즉각 나타났다. 스마트 공장 구축 후 연매출이 30% 가까이 올랐다. 2022년 직원 45명, 매출 293억원의 회사에서 지난해 임직원 80명, 매출 415억원 규모의 업체로 폭풍 성장했다. 글로벌 진출 기회도 찾아와 내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전시회도 참여할 예정이다.자칭타칭 스마트 공장 전도사가 된 김 대표는 “스마트 공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포스코와 여정에 제목을 붙인다면 ‘스마트 공장 어벤져스'”라며 웃어 보였다.김 대표는 지금까지 스마트 공장 ‘세우기’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스마트 공장 ‘나누기’에 전념할 요량이다. 그는 스마트 공장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중소기업에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무상으로 전수하고 있다. 정부와 다른 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회사를 키운 만큼, 받은 도움을 사회에 베풀고 싶다는 그만의 꿈이 있어서다.김 대표는 “우리 공장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적은 시간으로 최고의 효율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접 겪은 실패 사례나 경험을 얘기해주고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우리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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